전자정보공학부(이하 전정공) 전 학생회가 지난해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학생회비로 구매한 양주 2병을 학과 교수에게 선물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사건은 IT대학감사특별위원회의 감사를 통해 경고 및 피해보상청구 처분을 내리는 것에 그쳤지만, 만일 교수가 양주를 받았다면 김영란법에 저촉돼 거액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사제 간에 관례와 범법 사이 ‘아찔한’ 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전정공 사건뿐 아니라 재수강을 하기 위해 교수에게 성적을 낮춰달라는 부탁을 하거나, 교수 연구실을 방문하기 전 간단히 음료를 사가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법이 다소 모호할뿐더러 학생들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부정청탁의 금지행위 14가지와 금품 등 수수 금지의 예외사유 9가지를 명시했으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법률이 모호해져 혼동하기 쉽다는 입장이 나온다. 지난해 9월 한국사회학회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에 대한 인식과 태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김영란법의 가장 큰 문제로 ‘법률의 모호성’을 꼽았다. 이어 응답자 다수는 금지사항이 너무 많고 예외 사항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희대 정형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총 14가지의 부정청탁 금지 항목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명확한 표현이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며 김영란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영란법은 처벌받는 사안이 다양하고 그 기준이 모호하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 교직원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 반면 학생에게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학교 차원에서 정보를 주고 있지도 않다. 사제 간 직무관련성은 매우 뚜렷해 학생도 엄연히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기에 정부나 각 대학 본부는 학생에게도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관례와 범법 사이 아찔한 줄타기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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