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교를 비롯한 대학가에서는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며 일부 학교에서 재정상의 문제로 올해 은퇴한 청소노동자를 새로 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은퇴한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려 더 많은 일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본교 청소노동자들의 인원 감축 이후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혹은 생활공간은 어떤지 등을 취재해 그들의 일상을 조명했다. 

 

▲ 학생회관 1층 샤워실 근처에 위치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으로써 약 5평 정도의 크기이다.
 
▲ 학생회관 1층 샤워실 근처에 위치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으로써 약 5평 정도의 크기이다.
일이 늘어났는데 돈은 더 받으세요?
  “돈은 안 받지, 우리가 맡은 일이니까…”
 
  조금은 이른 오전 8시경 학생들은커녕 직원들조차 잘 보이지 않는 캠퍼스에 도착했다. 평소에 자주 마주치던 청소노동자 할머니가 그때쯤 학생회관 2층에서 청소하고 계시진 않을까 싶어 곧장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고, 전등도 얼마 켜지지 않은 넓고 컴컴한 복도에서 할머니는 자신의 몸 반만 한 크기의 쓰레기봉투를 말없이 옮기고 있었다. A 할머니는 “부끄러우니까 사진은 찍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 학교에 손주가 하나 다니거든”이라며 취재 요청에 응했고, 최근의 청소 업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계약된 규정상 본교 캠퍼스 내에서 일하는 미환 소속 청소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노동자들은 규정 시간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듯했다. 할머니는 “나나 다른 사람들이나 아침 6시까지 오면 일 다 못해, 더 일찍 출근해서 미리 시작해야 4시까지 다 끝내죠”라며 “안 그래도 매년 사람이 줄어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경 다시 방문한 학생회관 1층 여자 샤워실 앞에서는 강숙자 할머니가 대걸레로 바닥을 밀고 있었다. 출근 시간을 묻자 오전에 듣던 말과 정확히 같았다. 강숙자 할머니는 “적어도 내가 알기론 학생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전 5시 이전에 나와, 나도 오늘 4시 반에 나왔고…”라며 “돈은 더 안 받지, 우리가 다 맡은 일이니까 당연히 일찍 나와서 하는 거야”라고 규정보다 더 일찍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임금을 더 받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본교는 단순히 일찍 나온다는 사실만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임금을 지급하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일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애초 청소노동자마다 업무를 배정할 때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야만 업무를 다 끝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을 할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관리팀 김남수 팀장은 “우선 규정으로 정해진 시간에 따른 임금을 바꾸는 일은 미환(청소노동자 고용 업체)와 상의도 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라며 “만약 각 건물마다 청소노동자들의 업무량을 조사해 규정 시간 내에 도저히 다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양을 배정받는다면 임금 협상이나 업무량 조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휴식 공간은 좀 편하신가요?
  “숭실대는 그래도 잘 돼있는 편이야”
 
  이어 청소노동자들의 업무가 대략 마칠 때쯤인 오후 4시경 학생회관 1층 샤워실 근처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찾았다. 그곳에선 마침 청소복에서 자신들의 옷으로 갈아입은 할머니 세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 다리를 주무르거나 짐을 싸는 등 청소를 할 때보단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휴식 공간에는 만족하고 있냐고 묻자 할머니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를 주무르며 강숙자 할머니는 “그래도 숭실대는 휴식 공간이 잘 돼있는 편이라 좋아, 싱크대 하나만 더 놔주면 참 고맙겠는데…”라며 장난스럽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을 이어 듣자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이 별개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단 것을 알게 됐다. 귀가하고자 짐을 싸던 B 할머니는 “그래도 여긴 쉴 곳이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지 다른 건물에서 일할 땐 제대로 쉴 곳도 없었어, 한경직기념관이나 기숙사(레지던스 홀)에서는 일하다가 힘들면 탕진실(걸레 빠는 곳)에서 잠깐 앉아있다 나오는 게 끝이야”라며 다른 건물의 휴게 시설은 어떤 편이냐는 질문에 대답했다. 즉, 학생회관처럼 5평 남짓의 휴게실이 마련된 건물도 있는 반면 제대로 몸을 쉬게 할 만한 휴게실이 없어 걸레를 빠는 곳이나 창고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건물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본교는 대부분의 건물마다 가능한대로 청소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휴식 공간이 마련된 곳은 △한경직기념관 △학생회관 △조만식기념관 △벤처중소기업센터 △형남공학관 등이었으며 특히 벤처중소기업센터와 형남공학관은 건물의 크기가 큰 편이기에 많은 청소노동자가 필요해 휴식 공간을 10평 이상으로 넓게 만들어놓은 편이었다. 관리팀 한성동 과장은 “청소노동자들이 정해진 휴게 시간마다 쉴 수 있도록 건물마다 최대한 휴식 공간을 만들도록 노력했다”라며 “기숙사의 경우 외주 기업이 건물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휴식 공간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노동자들은 각 건물 별로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식사한다. 강숙자 할머니는 “여기는 찍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 옷이랑 식기 다 있는데 부끄럽잖아”라며 학생회관의 휴식 공간 촬영을 거부했다. 이어 강 할머니는 왜 청소노동자들은 학생 식당 등의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냐는 물음에 “학생 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식사를 사야 되니까 돈 들잖아 근데 여기선 우리가 반찬이랑 밥 가져와서 먹으면 돼, 그래서 돈이 안 드니까 좋지 뭐”라고 전했다.
 
▲ 바닥을 닦고 난 후 대걸레를 빠는 청소노동자의 손
  청소하는 건 어렵지 않으신가요?
  “건물마다 달라요”
 
  “아이고 허리야…” 오전 9시경 조만식기념관 1층에 들어가자마자 들리던 소리다. 조만식 기념관 1층의 바닥을 닦는 청소노동자 한 명이 내던 소리였고, 이른 시각이라 학생들이 얼마 없어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사진 촬영 가능 여부를 묻자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이렇게 사진 촬영을 거부 당한 것이 다섯 번째였다. 여태까지 촬영 거부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신문에 자신의 얼굴을 담는 것이 쑥스럽다는 것과 혹시 자신이 좋지 못한 말을 했다가 회사(미환)에 안 좋은 식으로 비칠까봐 두렵다는 것이었다. 이어 청소 업무는 많이 힘드냐고 묻자 “조만식(기념관)은 사람들이 많으니 그나마 낫지, 건물마다 힘든 건 달라요”라고 답했다.
 
  그 후 잠시 들린 본지 사무실(학생회관 207호)에 전화가 울렸다. 약간 떨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혹시 숭대시보에서 최근 청소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까? 지난호 숭대시보를 보니 우리랑 관련된 얘기(6면의 자유여론)가 나오길래, 혹시 내 얘기 좀 들어줄래요?”라며 취재를 부탁하는 어느 청소노동자의 목소리였다. 이에 E 할머니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E 할머니는 본교에서 몇 개년 간 일하며 캠퍼스 내 여러 건물을 청소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E 할머니가 얘기한 내용의 핵심은 올해 들어 청소노동자의 인원이 많이 줄어 기존보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현재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까지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라며 “최근에 은퇴한 노동자들의 업무량을 채우려는 탓에 아직 은퇴하지 않은 우리만 죽어나는 거죠, 학교에 아무리 말해도 돈 없다는 소리밖에 없고 더 인원을 채워줄 생각을 하지 않아요”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부터 기존에 청소노동자들의 배치와 업무량을 다소 바꿔 어느 건물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의 강도가 지나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관이나 도서관 등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은 공통적으로 지난해보다 인원이 줄어들어 업무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은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건물에서 은퇴한 노동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2명이 자리를 옮겨, 한 사람이 하루에 3층 이상을 청소하는 등 빈자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 한경직기념관 탕진실이 닫힌 모습이다.
   
▲ 한경직기념관 탕진실이 열린 모습이다.
 
 뭐가 제일 힘드세요?
  “학생들이랑 부딪힐까봐…”
 
  이어 정오가 다 돼갈 때쯤 한경직기념관으로 향했다. 아직 채플이 개강하기 이전이라 학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청소노동자 한 명이 바닥을 걸레질하고 있었다. “학생이 어쩐 일이에요? 이 시간에?”라고 F 할머니는 물었다. 앞선 B 할머니의 말씀을 토대로 한경직기념관에는 대예배실 앞 의자도 있고 별개로 마련된 휴게실도 있는데 어째서 탕진실에서 쉬는지 물었다. 이에 F 할머니는 웃으며 “방학이나 채플 예배가 진행하지 않을 때는 사람들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너무 힘들면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해요”라며 “그런데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벤치에 학생들이 앉아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 노동자들이 기웃거리는 게 미관상 예쁘지 않으니까…”라고 답했다.
 
  곧장 F 할머니에게 허락을 구하고 한경직기념관에 있는 탕진실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대예배실 왼쪽으로 난 복도로 들어가면 화장실이 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가운데 꽃무늬 모양 액자가 걸린 철문을 열면 걸레를 빨 수 있는 탕진실을 볼 수 있다. F 할머니는 “내가 일할 때가 아니면 탕진실 문은 잠가놔서 못 들어가요”라며 “가끔 외부인들이나 학생들이 문 열고 쓰레기만 버려놓고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탕진실의 문을 열자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했다. 고인 물의 썩은 냄새와 다소 역한 하수구 냄새가 났다. 이런 곳에서 쉬는 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F 할머니는 “그래도 잠깐 있는 건데요 뭘, 난 여기 일하러 온 사람이에요. 그리고 하나님 믿는 사람이라 우리 숭실대학교에서 예배실 청소하는 게 기뻐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3시 학생회관에서 여느 오전과는 다르게 한층 여유롭게 배수구를 닦고 있는 A 할머니를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하며 오늘은 몇 시쯤에 나왔는지 묻자 A 할머니는 오늘도 역시 5시 이전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단순히 업무를 다 끝내기 위해 일찍 출근한 것은 아닌 듯했다. “청소 업무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학생들이 많을 때 청소하긴 어려워, 부딪힐까봐 눈치 보이거든”이라며 “학생들이 청소하는 늙은이를 달가워하겠어?”라고 말했다. 청소하는 도중 학생들과 불특정한 이유로 다투는 것을 노동자들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에 문득 학생들은 얼마나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에 관심 있는지 알고 싶었고, 5시경 해가 질 때쯤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혼자 △형남공학관 △조만식기념관 △학생회관 △중앙광장을 돌아다니며 29명의 학생에게 본교 청소노동자들이 어느 곳에서 휴식하거나 식사하는지 그들의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지 물었다. 대여섯 명은 얼버무렸고, 스무 명 정도는 모른다고 답했다. 약 두세 명만이 청소노동자들에게 별도로 주어진 휴게실이 있단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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