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윤후명 작가는 원래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사람이다. 그런 작가의 특성 때문인지 아님 작가의 의도였는지 이 책의 서사성은 약하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은 40대의 이혼남이다. 일상을 살아가던 중, 대학교 시절 사귀었던 여성 가 불쑥 아파트로 찾아온다. 류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이후 주인공은 류와 협궤열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 곁가지를 끊임없이, 산발적으로 쳐나간다. 하나로 정리될 수 없는 줄거리를 가진 이 책을 읽으며, 이같이 서사성이 약한 것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소설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 구성요소인 서사성이 돋보여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이 책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친구는 이 책을 소설이 아닌 산문시 혹은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 책에 대해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다였다. 비록 서사성은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구성요소를 충분히 갖추었고 또한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면 산문시로 불려야하는데, 이 책에서 쓰인 언어의 성질은 시에서 쓰인 언어의 성질과는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문학의 장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장르에 대한 탐구를 하도록 도와준 이 책에 애착이 갔다. 이 책을 읽고 내용적으로도 감명 깊은 부분도 있었다. 3장의 마지막 문장에서 협궤열차에게, 그리고 자신의 삶에게 질풍노도와 자멸의 시절은 지났는가를 자문하는 부분이었다. 불안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모습은 10대나 20대에게 나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0대 또한 여전히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자아를 굳건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 평생 발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론 언제까지 불안한 자아 성찰을 계속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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