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술발전의 수혜를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받고 있다. 첨단기술이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 못 할 사실이다. 기술과 자본을 모두 갖춘 거대기업이 사명(社名)을 걸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대중적 신뢰와 지지 그 이상을 넘어 외경심까지 품게 만든다. 실제로 구글과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미국 IT기업들의 혁신적인 도전과 성공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하겠는가, 역시 그들이 하면 다르다.’ 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이 때문일까, 사람들은 거대기업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행하는 사업 혹은 첨단기술을 적용시킨 프로젝트라면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길 망설인다. 기술이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만능주의는 우리의 무의식에 깊게 뿌리 내렸다.

  자본과 기술이 들어간다면, IT업계의 대가(大家)가 투자했거나 관심 갖는 일이라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생각은 교육 분야에서도 일어났다. 미국의 ‘알트스쿨(Altschool)’은 2013년 구글 출신 엔지니어인 맥스 벤틸라에 의해 설립된 대안학교다. 알트스쿨은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에 따라 학년과 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반을 나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 의해 설립된 학교답게 알트스쿨은 첨단기술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통된 디지털 플랫폼에 자기 입장에서의 피드백을 남기면, 교사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교육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이를 통해 학생을 지도·교육 한다. 기술을 통해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알트스쿨의 특성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샀고, 2014년 3,300만 달러(한화 약 390억 원)규모의 투자를 유치, 2015년에는 투자금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받는다. 2015년 투자의 경우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 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주는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 그 취지에 공감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액수의 투자를 받았고 IT거물이 직접 투자한 학교. 여기까지만 보면 누가 봐도 알트스쿨은 성공 그 이상의 결과, 교육계의 신화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재 알트스쿨은 9개 학교 중 5개가 문을 닫았거나 닫을 예정이다. 알트스쿨에서는 테블릿을 사용해 오디오북을 들을 줄은 알지만 정작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학생이나, 맞춤법이 틀리면 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이를 고쳐주기 때문에 기초적인 수준의 단어 스펠링도 헷갈리는 학생이 나왔다. 학년을 기준으로 삼지 않은 것,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법 대신 실수하면 프로그램이 대신 수정해주는 것이 학생이 그 나이에 응당 알아야 할 법한 지식을 쌓지 못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 것이다. 또한 알트스쿨은 이런 부작용이 속출하는 와중에도 학생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된 개인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다른 학교에 1인당 수백 달러를 받고 판매했다(투자자들을 의식해 수익성 모델을 구축한 결과다). 결국 분노한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전통적인 교수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기 시작했다. 교육에 적용된 첨단기술은 기존의 교육 커리큘럼과 학습법을 혁신시켜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알트스쿨의 실패를 보며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는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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