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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되어주는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기사승인 [1201호]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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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삶은 잔혹하다. 쉼 없이 경쟁의 레일을 달려왔다 할지라도 뜻하지 않은 불행으로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두려운 점은 우리가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때 도움의 손길 대신 멸시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넘어진 사람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이유, 그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부지불식중에 인생에서의 실패와 불행은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주입받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더라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고 혹 누군가는 노력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넘어진 사람을 향해 이 정도도 하지 못하면 너는 이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버린다. 편견과 차별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 밖으로 밀려나가다 결국 자신을 잃고 살아가게 된다. 자신을 잃은 사람들은 표현 그대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 극빈층,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길 포기하고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 절망스런 현실을 약물로 도피하는 마약중독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자신을 잃게 된 경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자기 삶을 계획해나가는데 필요한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이들이 자기 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얻고, 지금 내 삶이 전부가 아니며 세상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1995년 미국의 인문학자 ‘얼 쇼리스’는 인문학 교육을 시작했다. 얼 쇼리스가 빈민을 상대로 인문학 교육을 시작했을 당시 미국 사회의 반응은 하나같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다. 교육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 재단을 돌며 후원을 요청해도 인문학 교육은 말이 안 되며 직업훈련을 시키는 것이 더 건설적일 것이라는 냉소적인 충고만이 돌아왔다. 결국 얼 쇼리스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강의를 담당할 교수들의 강의료를 마련했고 마약재활센터, 노숙자 쉼터 등을 돌며 강의를 들을 학생들을 모집했다. 약물중독자, 노숙자, 매춘부로 구성된 31명이 첫 수강생이었다. 모두 얼 쇼리스의 교육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첫 1년 과정이 종료되었을 때 31명 중 17명이 수료증을 받았고 수료생 중 14명은 뉴욕 바드대의 심사를 거쳐 학점을 취득했다. 이들 중 2명은 공부를 계속하여 치과의사가 됐고, 전과자였던 한 여성은 약물중독자 재활센터의 상담실장이 되었다. 애초에 얼 쇼리스의 교육은 단지 수료증만을 발급해줄 뿐 어떤 물질적 혜택도 약속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을까. 얼 쇼리스는 학생들이 인문학 교육을 통해 생존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ex: 폭력행위, 범법행위)이 아니라 반성적 사고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해 다른 삶을 살길 소망하게 하는데 교육 목표를 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말한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이 일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고,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 역시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만을 내놓지는 못한다. 그러나 무기력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다시금 일어나 걷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 경멸의 눈빛 대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손길이 되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거리의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의 의의는 크다 할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현재 북미 호주 아시아 3개 대륙 5개 도시에서 53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11년간 전 세계에서 빈민 4000여 명이 그의 코스를 수료했다)

이상혁 (문예창작 졸) .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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